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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서적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What Money Can't Buy, Michael Sandel) - 사람이 가치를 결정한다

by KTCF 2020. 5. 9.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부제는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이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사람'이 가치를 결정한다. 사람은 개인을 의미하기도 하고, 집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단은 다시 소수가 될 수도 있고, 국가가 될 수도 있으며, 국가 간의 연합이 될 수도 있다. 즉, 사람의 '수'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현상 및 구체적인 사례’ → ‘경제학자들의 견해(대체적으로 현상에 긍정적)’ ‘저자의 견해(대체적으로 부정적)’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관점에 따라 긍정적/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현상을 제시하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대체로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제시하고,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며 현상이 잘못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을 피력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시장중심주의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고, 사회적 도덕성이 점점 결여되어 간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고, 설령 부분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사회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인 도덕성 결여로 인해 사회가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를 소홀히 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저자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 저자가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려면, 시장주의적인 사고가 다른 모든 사고의 틀(정치, 법, 윤리, 규범 등)을 압도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주의적인 사고가 다른 모든 사고의 틀을 압도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미약해 보인다. 분명히 시장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법과 정치 등을 통해 시장을 견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협력기업 성과공유제 등 시장주의적 사고에는 부합하지 않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이나 법정근로시간 제한 등 저자가 우려하는 상황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을 떠나서, 이러한 사례는 저자의 주장에 대한 반증이 된다. 뿐만 아니라,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갑질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표출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갑질이 주로 자신의 높은 사회적 지위(일반적으로 소득이나 재산 등)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갑질에 대한 분노 역시 시장지상주의에 역행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현재에도 시장주의적인 사고는 일반 국민의 상식 수준에서 허용되는 한에서 확대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우려한 사회가 시장주의적인 사고에 잠식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시장주의를 옳은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결국, 가치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현재의 관점에서 시장주의의 가치는 다른 모든 사고의 틀을 잠식할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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