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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고전/ 징비록/ 도서리뷰

by KTC_Dong 2021. 7. 20.

 

류성룡 지음, 김문정 옮김, 더스토리, 2017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516686

 

초판본 징비록

TVN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선정도서서애 류성룡이 “피를 토하며 쓴 임진왜란의 생생한 기록”국보 132호 오리지널 표지를 되살린 ‘더스토리’만의 패브릭 양장 에디션“지난 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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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懲毖]는 "전에 있었던 잘못과 비리를 경계하여 삼간다"라는 뜻이다. 징비록은 류성룡이 왜란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고스란히 적은 역사의 기록이다. 이는 역사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어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나는 주로 책을 빌려서 보는데,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이 책도 우연히 "tvN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번 다뤄졌던 책으로 스테디셀러 목록에서 접하게 되었다. 사실 류성룡은 후대에 와서까지도 널리 인정받는 명망 높은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써 내려간 기록은 어떤 생각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서 뒤늦게라도 읽기로 결심했다.

 

위정자로서 나라를 걱정하며 후대에 이와 같은 국가적 위기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솔직하게 적어 두었다. 7년의 왜란 기간 동안 그는 굴욕적인 경험을 하기도 하고, 피폐해지는 국사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실망스러운 인물들을 접하기도 하고, 강직하며 충의 있는 인물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 모든 기록은 단지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반복될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깊은 조언을 남기기 위함이었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전 세계적인 위기에 살고 있다. 코로나19. 이러한 엄청난 일이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벌어질 줄 알지 못했다. 나는 이 위기가 주는 어려움을 지혜롭게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언제 끝날지 알지 못하지만, 지금까지는 실망스러웠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현재 젊다. 그렇기에 이것 또한 나중에 한번 웃으며 이야기할 주제가 될 것이다. 다만, 징비록을 읽었으니 내가 왜 이 위기 상황에서 무기력해졌는지를 기록해두고 싶다. 그리고 이후에 이런 위기가 올 때마다 곱씹으며 지금보다 훨씬 지혜롭게 보내고 싶다. 이것이 책을 통해 류성룡과 나눈 대화의 결론이다.

 

기술 발전이 거듭되며 새로운 형태의 사회로 계속 탈바꿈해가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결같다. 이는 과거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역사의 기록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것일까"에 대한 대답은 역시 역사서에 있는 것 같다.


"징비록" 역시 류성룡의 시선에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평가한다. 나는 이러한 평가에 주목하여 여러 군상의 모습들에 집중하며 읽었다.

 

"경기 감사 심대는 의협심이 강한 사람으로 왜적의 변고가 일어난 후로 항상 울분함을 찾지 못했으며
임금의 명을 받들어 전쟁지를 드나들 때에도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을 가리지 않았다.
… 심대는 적군에게 살해되었고 그의 머리는 종루 거리 위에 매달렸는데, 죽은 지 5~60일이
지났는데도 얼굴빛이 산 사람과 같았다. 한양 사람들이 그의 충의를 안타깝게 여겨 서로 재물을 모아,
왜적에게 뇌물을 주고 심대의 머리를 찾아와서…"

 

어려운 전란 속에서도 백성들이 재물을 모아 잘려나간 머리를 사서 장사를 지내줄 만큼 심대라는 인물은 존경받았던 것이다.

 

"이때 유영경은 해주에 있으면서 김경로가 자신을 호위해 주기를 바랐고, 김경로는 적군과의 싸움을 꺼려서 피해 간 것이다. …(중략)… 적의 실정이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한 사람도 나와서 그들을 치는 자가 없었고 명나라 군사도 추격하지 않았다. 홀로 이시언만이…(중략)… 김경로 한 사람의 잘못으로 천하의 평화가 그 해를 받게 되었으니 참으로 분하고 안타까울 일이다."

 

반면, 받은 소임을 회피하여 모두에게 해악을 끼치는 인물(김경로)도 있다.

 

무엇보다 류성룡 <징비록>의 백미는 역시나 이순신에 대한 기록이 아닐까 싶다.

 

 

"이순신은 … 여러 장수들과 전투와 전쟁에 관한 일을 말했다. 아무리 말단 사졸이라 하더라도 군대 내의 일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은 직접 찾아와 말하게 함으로써 부대 내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p.232)"

 

"적군의 머리 40개를 베어 모두 진린에게 주어 그의 공으로 하도록 했다. 진린은 기대보다 과분한 대우에 더욱 기뻐했다. 이때부터 진린은 모든 일을 모두 이순신에게 물었으며…"(p.248)

그토록 성품이 사납다는 명나라 수군 제독 진린마저도 이순신과 뜻을 같이하며 진심으로 감복했다고 전해진다. 이순신은 그만큼 늘 모든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으며 인자함을 잃지 않았고, 자신을 앞세우기보다는 동료의 공을 인정해 주었던 것 같다. 반면, 자신의 공을 차지한다고 여겨 이순신을 모함했던 원균은 늘 자신의 공을 스스로 자랑하기에 바빴다. 성품이 음흉하고 간사한 원균은 결국 한산도에서 패전하여 전사하였다. 이러한 사건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무엇이 정답인지 넌지시 알려주는 대목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녹후잡기>에는 류성룡이 후대가 왜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자신의 통찰을 기록해두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모아 보았다.

 

"여러 사람이 주관하면 패전한다는 금기 사항을 어기고 말았으니 일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어째서 앞 수레가 이미 엎어졌는데 고치지 않고 오히려 엎어진 수레바퀴의 자국을 따르고 있단 말인가"(p.283)

 

"다만 한가할 때에는 근본을 다스리고 위급할 때에는 보이는 것부터 다스린다"(p.295)

 

"전쟁의 판도에는 일정한 형세가 없으며 전투에는 일정한 방법이 없다. 시기에 따라 알맞은 전법을 구사해 때로는 나아가고 때로는 물러가며 모이기도 흩어지기도 해야 한다. …(중략)…
무릇 국가에서는 평소에 훌륭한 장수를 선발해 두었다가 사변이 생기면 활용해야 한다."(p.282)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의 통찰은 현대에도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책상 위에는 경제 이론서보다는 역사 책이 많다고 한다. 과거의 인물들이 남긴 기록이 후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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