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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서적 / 20vs80의 사회, 리처드 리브스(Dream Hoarders, Reeves, Richard V.) - 인턴 기회 사재기, 계층 이동성, 불평등 독후감

by KTCF 2020. 3. 13.

20 vs 80의 사회, 리처드 리브스

이 글은 『20 vs 80의 사회(Dream Hoarders)』에 대한 감상문, 독후감 등의 형태이며,

책의 내용(줄거리) 및 요약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회의 평등, 공정한 경쟁, 동일한 출발선을 이야기하지만

입시 컨설팅, 동문 자녀 우대 정책을 통해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고

대학뿐 아니라 인턴 자리까지 주선하는 지식인의 현실

 

불평등의 프레임을 바꾸어,

1 vs 99가 아닌 20 vs 80으로 불평등을 바라보는 책

 

1%의 슈퍼리치와 99%, 그리고 20%의 중상류층과 80% ... 어떤 프레임이 조금 더 유의미한 결과를 낼까?


우리 사회는 불평등하다. 잉여 생산물이 생긴 이래로 단 한 번도 평등했던 적이 없다. 아마, 잉여 생산물이 없었을 때에도 지금과는 다른 기준으로 평등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불평등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불평등은 나쁜 것일까? 이건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나쁘거나, 나쁘지 않거나, 혹은 더 나아가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불평등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나쁘지 않음은 말 그대로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 가치중립적이다. 불평등은 좋고 나쁘고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강해 불평등이 사회의 해가 될 정도가 되면, 그제야 불평등은 나쁜 것이 된다. 그리고 현재의 불평등은 나쁘다.

바로 우리 윗세대만 해도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불평등은 나쁘지 않았다. 빠른 경제 성장만큼 계층 이동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대졸과 고졸의 급여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았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소득 차이 또한 지금과 같이 압도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누구나 열심히 일을 하면 자신의 생활수준을 향상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의 불평등은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한 결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뉴 노멀 시대에는 파이 자체가 커지지 않고, 그만큼 성공의 기회 또한 줄어든다.


하지만 저성장이 정상이 된 현재의 '뉴 노멀' 시대에서는 줄어든 경제 성장률만큼 계층 이동의 역동성 또한 상당히 줄어들었다. 한 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식들은 안정적인 가정 환경가정환경 속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얻는다. 하지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식들은 각박한 가정환경 속에서 의무교육만을 받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을 가 직업이 아닌 직장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에 처하게 된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밑에서 올라가기도 한다. 근데 문제는 이게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 vs 80의 사회』를 읽기 전까지, 이 문제를 체감하고 있지는 못했다. 의지만 있고, 능력만 있으면 뭐든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이를 실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없지만, 이것이 상당히 예외적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의 초점은 상위 1% 슈퍼리치에 맞춰져 있었다. 불평등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주로 1 vs 99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처드 리브스(『20 vs 80의 사회』의 저자)가 지적하듯이, 1 vs 99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여론 형성이 가능하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금을 갖춘 중상류층, 즉 20%가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 움직임이 자신의 혹은 자신의 자녀들의 하방 계층 이동 위험을 높인다고 할지라도.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기회를 잡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별을 부모가 따준다...

 

책 속의 문장

"기회 사재기 메커니즘 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둘째는 동문 자녀 우대와 같은 불공정한 대학 입학 사정 절차, 셋째는 알음알음 이뤄지는 인턴 자리 분배다."

"미국인들은 늘 승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승리자들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기기를 원했다."

"또 영국에서는 대학들이 '맥락적 정보'를 입학 사정에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브리스틀 대학은 계급에 대한 적극적 우대 조치를 공식적으로 도입해서 학교 등급이 낮은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에게는 입학 기준을 낮춰 주고 있다. 가난한 학생이 그리 좋지 않은 고등학교에서 B를 받았다면 좋은 학교에서 A를 받은 부유한 학생만큼 역량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20 vs 80의 사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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