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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블라인드 채용의 의의와 한계

by KTCF 2023. 7. 31.

사회 / 블라인드 채용의 의의와 한계

"직장인과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채용에 있어 회사가 지원자의 학벌을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595명을 포함한 자사 회원 8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매우 당연하다 17.0% + 그럴 수 있다 55.0%)가 '회사가 인재 유치 목적으로 입사 지원자의 학벌을 확인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고 한다.

 

매일경제가 인크루트의 설문조사를 인용하여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담아 작성한 최근 기사('23.7.21.)이다. 이 기사를 보고, 필자가 대학교 1학년 때 제출한 글쓰기 과제가 떠올랐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161845?sid=101

 

“그런데 대학 어디 나왔어요?”…구직자 70% “물을 만한 질문”

민간기업에서도 학벌이나 스펙 대신 인성과 업무 적합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직장인과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채용에 있어 회사가 지원자의 학

n.news.naver.com

 

사실, 블라인드 채용은 10여년 전부터 각종 토론 등에서 논의되던 주제이고, 실제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도입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역차별 등 논란이 많이 있는 제도이지만, 나름 회사와 취준생 모두 현 제도에 적응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러한 기사가 나온 것이 조금 의문이기도 하지만, 공정을 강조하는 현 세대 또는 현 정부의 기조에 적합한 소재인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제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에 나온 보도라고 생각된다.

 

각설하고, 이하에서는 대학교 1학년 때 제출했던 과제를 옮겨오려고 한다.

이 과제가 작성된 시점이 2012년이라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아카이빙 목적도 있고, 블로그에 다양한 글을 올리려는 목적도 있다.)

 

 

 

1.학벌주의(학력중시문화)

얼마 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학벌주의 타파를 주창하고 난 이후, 학벌주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학벌주의가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 학벌주의가 만연해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여러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채용비율(1996년~2001년 기준)을 보면, 서울대, 연고대 출신이 12%를 차지한다.*

* 박형숙, <3%가 지배하는 학벌계급사회, 희망은 없는가>, 2~3쪽

 

이것은 언뜻보면 얼마 안되는 수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많고 많은 대학과 해외소재 여러 대학 중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개의 대학이 12%를 차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또한, 우리나라 500대 기업(매출액 순) CEO 511명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171명 (33.5%), 연세대 73명(14.3%), 고려대 61명(11.9%) 순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 황진영, <국내 500대 기업 CEO, 출신 대학과 전공은?>, 동아일보, 2007.03.28

 

그럼, 이렇듯 우리나라에 만연한 학벌주의는 정말 잘못된 것일까? 이것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의 차이를 보인다. 학벌주의가 잘못되었다는 사람들은 학벌주의가 지닌 부정적인 면을 지적하며, 학벌주의는 공정한 경쟁을 막는 장애물이며 학연, 지연 등의 연고주의와 같이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학벌주의에 대해서 긍정적인 사람들은 학벌주의가 학벌 및 학력이라는 개인이 이룩한 성취를 인정해주는 것이고 이에 따른 정당한 대가라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2.학력 블라인드제의 의의

2.1.학력 블라인드제란?

학력 블라인드제는 학벌주의가 나쁘다는 전제 하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대안이다. 따라서, 학력 블라인드제의 의의는 학벌주의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사람들의 의견이 될 것이고, 학력 블라인드제의 한계는 학벌주의를 긍정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학력 블라인드제란 무엇인가? 학력 블라인드제는 신입사원 채용 때, 학력을 보지 않고 사원들을 뽑는 방식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 채용 시 학력 블라인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사례를 통해 학력을 보지 않고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공무원 시험 중 행정고등고시의 경우 1차에서 공직적격성평가(PSAT), 2차에서 논술형 필기시험, 3차에서 면접시험을 치른 후 최종 합격하게 된다.* 학력 블라인드제의 경우, 학력이라는 비중이 큰 평가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인·적성 시험 등과 같은 다른 평가요소가 늘어나게 된다.

* 두산동아백과사전 연구소 편, <행정고등고시>, ≪두산백과≫, 두산백과, [2012.12.02] http://www.doopedia.co.kr/doopedia/master/master.do?_method=view&MAS_IDX=101013000756270 

 

2.2.학력 블라인드제의 목표 및 기능

학력 블라인드제를 시행하려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학벌주의가 나쁘다‘라는 생각을 갖고, 이를 타파하기 위함이다. 학력 블라인드제는 학벌주의의 부정적인 기능에 중점을 두어, 학벌주의의 폐해라고 지적되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지방대 학생들이 취업 시 받는 불이익, 대학 입시 경쟁, 높은 사교육비 등)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그것을 목표로 한다.*

* 박거용,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 한국역사연구회 / 역사비평, 2004, p.3

 

3.학력 블라인드제의 한계

3.1.학력 블라인드제의 실효성

하지만, 학력 블라인드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하며, 실현한다 하더라도 학력 블라인드제의 순기능이 발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실제로, 고위공무원(정부 부처 고위공무원단)의 학력을 보면 고졸 학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에 불과하며, 대졸 학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서울대 28.9%, 연세대 8.7%, 고려대 8.2% 순으로 40%이상의 고위공무원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다.* 또한,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81명) 고려대 (49명) 연세대 (48명) 순으로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다.** CPA나 사법고시 등의 다른 시험도 이와 같은 경향을 보인다.*** ****  이처럼, 학력 블라인드제가 실시되고 있는 국가 공무원 시험과 여타 다른 자격시험의 합격자를 보면 학력 블라인드제를 시행해도 지방대 학생들의 취업이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후 고위공무원이 되는 과정에서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 들이 월등하게 많은 것으로 보아 학력 블라인드제의 실효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 김양진·박록삼, <‘1%’고위공무원단 1485명중 고졸 학력자 18명 그쳐>, 서울신문, 2011.8.23,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823001013 

** 송아영, <건국대 행시·사시 등 3대 국가고시 ‘Top10’>, 한국대학신문, 2012.12.03,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434 

*** 박진환, <2012년 사법고시 합격자 지역대 단 3명>, 충청투데이, 2012.11.22,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7194 

**** 오상민, <최근 5년간 대학별 CPA 합격자 수[표]>, 세정신문, 2012.10.04, http://www.taxtimes.co.kr/hous01.htm?r_id=169823 [2012.12.03]

 

3.2.교육의 신호기능에 따른 학력 블라인드제의 문제점

교육의 신호기능이란 노동시장에서 기업의 채용 시, 구직자가 학벌을 통해 자신의 가치에 대한 신호를 구인자에게 보내어 기업들은 채용시장에서의 완비정보(complete information, 완성정보라고도 함)를 조금이라도 더 갖출 수 있고, 역선택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교육의 신호기능은 기업들이 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비용을 줄여주고, 구직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효율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학력 블라인드제의 경우에는 이력서에 학력을 미기재하기 때문에, 교육의 신호기능을 배제한다. 따라서, 기업이 역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기업은 역선택을 막기 위한 장치들을 도입한다. 그러나, 기업이 역선택을 막기 위한 장치를 도입하면서,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인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3.3.학력 블라인드제로 인한 능률 하락

학력 블라인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이 이룩한 성과를 없애고 인정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개인은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 성취한 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며, 이로 인해 개인의 성취욕구와 능률이 하락하게 된다. 딕 그로테는 그의 저서 ≪성과 평가란 무엇인가≫에서 아래와 같이 성과 평가와 그에 합당한 보상을 강조한다.

1.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극한다.
성과 평가 시스템의 고전적인 이유이다. 성과 평가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첫째, 조직이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수행한 탁월한 성과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하는데, 성과 평가는 직원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저조한 성과 수행자로 낙인 찍히고 싶지 않은 동기를 자극하여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

2.보상의 변화를 결정한다.
거의 모든 조직들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 조직의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성과를 측정하는 수단이 없다면, 어떻게 보상을 결정하겠는가? 성과 평가는 훌륭히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도구이다.

딕 그로테 저, 여민수 옮김, ≪성과 평가란 무엇인가≫,Bixon!Books,2009, 36쪽

이처럼, 오늘날의 경제체제에서 ‘성과에 따른 보상‘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며 개인의 효율성 증대와 능률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이다. 이와 반대로, ’성과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능률 하락은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며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한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4.요약 및 정리

학벌주의는 분명히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학력 블라인드제는 우리 사회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키며, 여러 비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학력 블라인드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참고 문헌

기사

김동현, <[고졸채용 열풍에 웃고…울고] “취업문 더 좁아져” 불안한 전문대>, 서울신문, 2011.7.23,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723008011 
김양진·박록삼, <‘1%’고위공무원단 1485명중 고졸 학력자 18명 그쳐>, 서울신문, 2011.8.23,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823001013 [2012.12.03]
박진환, <2012년 사법고시 합격자 지역대 단 3명>, 충청투데이, 2012.11.22,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7194 [2012.12.03]
송아영, <건국대 행시·사시 등 3대 국가고시 ‘Top10’>, 한국대학신문, 2012.12.03,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434 [2012.12.03]
오상민,<최근 5년간 대학별 CPA 합격자 수[표]>, 세정신문, 2012.10.04, http://www.taxtimes.co.kr/hous01.htm?r_id=169823 [2012.12.03]
황진영,<100대 기업 CEO, 출신 대학과 전공은?>, 동아일보, 2007.03.28, http://news.donga.com/3//20070328/8423514/1 [2012.12.01]

 

논문

박거용,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 한국역사연구회, 2004
정영섭, <학벌주의 타파를 위한 정부정책의 개혁>,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2002
정용교, <지방대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학벌주의 실태와 대안 ( The Conditions and Alternatives of Credentialism from the Perspective of University Students )>, ≪중등교육연구≫, 중등교육연구소, 2012
정태화,<학벌주의 쟁점과 개선 대책에 관한 논의>, Andragogy Today : International Journal of Adult & Continuing Education, 2004
홍영란, <학벌주의 극복의 구조와 해법>,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2004

단행본

딕 그로테 저, 여민수 옮김, ≪성과 평가란 무엇인가≫, Bixon!Books, 2009
이준구, ≪미시경제학(제5판)≫, 법문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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